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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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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트 만화작가 형민우
 

할리우드 최초의 한국 원작만화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영화 '프리스트'는 신의 규율에 따라 통제되는 미래세계를 배경으로 가족을 잃은 프리스트가 신의 뜻을 거역하고 복수를 시작한다는 내용의 3D 액션물이다.

 

형민우 작가의 원작만화 '프리스트'는 지난 1999년 단행본 1권을 시작으로 200316권까지 출간되어 국내에서만 50만부, 아시아를 비롯해 미국, 남미, 유럽 등 전 세계 33개국에서 1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바 있다.

 

'스파이더맨'으로 전 세계를 강타한 액션 블록버스터의 대가 샘 레이미가 제작을 맡고 '아이언맨' '캐리비안의 해적' 등의 시각효과를 선보인 오퍼나지팀의 스콧 스튜어트가 연출을 맡았다.

 

CGV왕십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형민우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와 소감을 들어봤다.

 

- 프리스트가 한국만화 최초로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되어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그 소감이 어떤지 궁금하다.

(형민우) 매우 떨리고 기쁘다. 일단 작품 자체가 영화화된 것도 꿈만 같다. 막상 개봉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떨리면서도 조금 부담이 된다.

 

- 일본의 경우에는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만들어진 다음에 영화화 되는 원소스 멀티유즈 케이스가 많다. 그런데 프리스트는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할리우드에서 영화화가 되었는데 아쉬운 점이 없는지, 그리고 만약 한국에서 영화화되었다면 국내 배우로는 어떤 배우가 캐스팅 되었으면 했는지 궁금하다.

(형민우) 먼저 기존 사례와 같은 순서를 전부 거치지 않고 영화화된 것에 대해서는 나로서도 의아한 점이다.(웃음)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고, 주위의 여러 조력자 분들이 애써주신 덕분인 것 같다. 캐스팅 부분에 대해서는 만약 국내에서 영화를 제작한다면 배우 유오성씨가 주인공의 이미지와 음각이 똑같아서 이반 역할로 잘 어울릴 것 같다.

 

- 영화화 된 과정을 처음에 연락 받았을 때부터 영화를 만들 때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은데 자세히 소개해 주셨으면 좋겠다.

(형민우) 프리스트는 90년대 후반에 작품 연재를 시작하여 2003년 정도에 해외에 진출하게 되었다. 처음 해외에 진출하게 된 출판사 도쿄팝에서 영화화를 해도 좋겠냐는 의사를 물어봤고 1차적으로 계약을 맺었다. 그 후 2년여의 시간이 흐르면서 영화화에 대해 반신반의 했다. 그러던 차에 2004~5년 정도에 영화화 되기로 결론이 났고, 이후 감독과 배우 캐스팅 문제와 시나리오 수정으로 고비가 있었다. 그때는 정말 영화화가 힘들겠구나 생각했었는데 2006년부터 윤곽이 뚜렷해지면서 구체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 다른 작품으로 영화화 제의를 받은 게 있는지 궁금하고 프리스트가 앞으로 시리즈로 나오게 된다는 협의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형민우) 일단 내 작품 중 하나가 영화화 된 것은 너무 영광이고 호재이긴 하지만 내가 경험한 할리우드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닌 것 같다.(웃음) 작품 하나가 영화화 되었다고 해서 다른 작품이 바로 영화화 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만약 다음 작품을 영화화 한다면 프리스트로 겪었던 일들을 또 다시 겪을 것 같다. 어쩌면 그보다 더 힘들 수도 있고 아니면 한번의 경험이 있기에 조금 쉬울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결론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프리스트 시리즈 제작에 관한 것은 미리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영화가 대대적인 성공을 한다면 바로 다음 편을 제작하겠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언제쯤 제작된다는 것들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 먼저 공개된 영상으로 봤을 때 원작과 영화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런 부분에 대한 형민우 작가의 의견이 궁금하고 또한 원작과 영화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형민우) 때론 지인들이 영화와 원작이 많이 달라 기분이 나쁘지 않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그런 질문에 항상 나는 만약 할리우드에서 당신의 작품이 영화화되면 기분이 어떻겠냐?’라고 반문한다. 영화 자체가 내 작품과 차이가 있다는 것은 나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만약 나에게 메가폰이 주어져서 촬영에 대한 직접적인 권한이 있다면 내가 치열하게 싸워서라도 내 작품의 200%까지, 심지어 앞으로 그리고 싶은 내용까지 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는 영화의 원작자일 뿐이고 실제 영화를 만들어 가는 것은 할리우드 제작자의 몫이었기 때문에 깊게 관여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300' '씬 시티'처럼 원작을 살리는 것을 떠나 연출 자체의 영상미를 그대로 담은 작품도 있다. 물론 그랬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나는 내 작품은 내 작품대로의 의미가 있고 영화 프리스트는 제2의 창작물이라는 여유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로 했다. 영화화는 할리우드의 비즈니스적인 전략들이 고려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일단 영화는 시대적인 배경이나 대상들이 원작 만화와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영화 중간 브릿지 역할을 하는 이야기를 만들 때, 내가 앞으로 이러한 설정과 미래 배경으로 만화를 그린다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의견을 냈던 것들을 반영하여 더욱 발전시킨 작업 과정을 거쳤다. 지금 영화에 나온 것들은 만화에서는 스팀 펑크라는 장르에 가깝다. 또한 원작에는 있지 않은 장치들이 굉장히 많이 있다. 원작이 고전적인 느낌이라면 영화는 현대적이고 SF적인 느낌이 가미되었다고 할 수 있다.

 

- 원작 만화가 어떤 면에서 할리우드 제작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영화화까지 결정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또 최근 할리우드에서 한국인들의 활약상이 많은데 이런 점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형민우) 내 작품이 영화화 된 것에 대해 처음부터 전략적인 의도를 가지고 그렸는지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는데 전혀 그런 것이 아니라 오로지 만화에 초점을 맞춰서 그린 것이다. 나는 장르적 특성에 충실하게 그리는 것을 선호한다. 프리스트는 웨스턴 호러라는 장르로 그리면서 최대한 외국적인 정서에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그런 이국적 정서가 높은 평가를 받았었는데 의외로 미국에서는 장르적 특성을 새롭게 느끼기 보다는 한국적인 드라마 정서를 독특하고 긍정적인 면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았다. 그래서 여러 가지 장르와 드라마가 혼합된 작품으로 인정을 받아 후한 점수를 얻어 영화화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요즘 원작, 연출 등의 부문에서 한국인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데 감히 내가 그런 분들과 같은 선상에 서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처음에 나는 한 명의 관객이나 독자, 소위 문화에 종사하는 한국인 입장에서 한국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조금 비관적으로 보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런 성공 사례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현실로 눈앞에 펼쳐지며 나 역시 경험자가 되고 나서 외국에서 우리 나라 컨텐츠에 대한 칭찬도 실제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이제는 우리 문화의 약진을 실제 체험을 통해 공감을 하고 있다. 아마 이런 추세라면 문화 컨텐츠 면에서 한국이라고 하면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다른 한국만화 중에서 이런 가능성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있는지 궁금하고 그 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지도 궁금하다.

(형민우) 사실 한국만화는 굉장히 힘든 상태다. 가능성 있는 신인 작가부터 기존 작가들까지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 지금 내가 이 자리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간담회를 하고 있는 것도 다른 작가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 정도로 많은 고생을 하고 계신다. 우리나라의 현실인지 아님 세계적인 추세인지는 모르겠지만 만화 작가들이 과소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외국 관계자를 만나보면 우리나라 컨텐츠에 관심이 상당히 많아 선호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상황 속에서 중도 포기하는 작가들이 있어 안타깝다. 지금 컨텐츠로만 보면 굉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내가 할리우드를 경험하면서 느끼고, 또 작가로서 한국만화에 대한 나의 견해는 어떤 방법으로든 잠재되어 있던 컨텐츠를 가진 작가들이 수면위로 떠오른다면 나 이상의 성과를 낼 것이라 장담한다.

 

- 처음 만화를 그릴 때 어디서 영감을 받아서 했는지 궁금하다. 또한 프리스트가 아직 완간이 되지 않아 앞으로의 계획과 팔의 문신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형민우) 사실 따로 만화를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에 데뷔 후에 고생이 많았다. 그래서 몇 년 간 고민하다가 처음 연재하게 된 작품이 프리스트였다. 때문에 프리스트는 내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문화적인 아이템에 대한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어떤 면에서는 언더 문화에 대한 오마주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래서 프리스트도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다. 지금은 프리스트와 같은 소재의 영화들이 주류가 되었지만 내가 처음 만화를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좀비나 악마가 나오는 것들은 주류가 되기 어려웠는데 그때 그런 소재들을 다룬 것이 나를 만화가로 더욱 성장시켰다. 팔의 문신은 쑥스럽지만 내 인생의 좌우명으로 정의와 자비라는 뜻이다.

프리스트 연재를 중단한 시점은 많이 지쳐 있던 시기였다. 나는 현실과 동떨어질 정도로 몰입을 하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작품을 그리기가 어려웠다. 가장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프리스트를 여기서 끝낼 생각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지금의 관심이 조금은 덜해지고 내 부담감도 덜어지면 연재를 다시 하려고 생각 중이다.

 

- 프리스트에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는데 가장 마음에 드는 캐스팅은 누구인지 궁금하다.

(형민우) ‘블랙 햇역할을 했던 칼 어반이 가장 마음에 든다. 칼 어반은 어느 영화에 나왔다고 해도 내가 굉장히 좋아할 스타일인데 정말 고맙게도 프리스트에 출연했다. 평소에도 내가 좋아했던 연기 스타일을 많이 가지고 있는 배우인데, 프리스트에서 그런 카리스마를 많이 보여준 것 같아서 좋았다.

 

- 앞으로의 계획과 간단한 인사말을 부탁한다.

(형민우) 만화가로서 프리스트 연재도 준비하고 지금하고 있는 여러 가지 작품들도 꾸준히 그림을 그려서 만화가이기 때문에 영화와는 또 별개로 묵묵히 나의 길을 가려고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영화에 대한 많은 성원과 함께 한국만화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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